♥신뢰할수 있는 뉴스만 전하는♥

공공급식 '채식 선택권' 헌법재판소에 간다 - 녹색당 비건(채식주의) 헌법소원 준비중 본문

핫이슈

공공급식 '채식 선택권' 헌법재판소에 간다 - 녹색당 비건(채식주의) 헌법소원 준비중

모두의유머 2019. 9. 1. 09:43
녹색당이 채식선택권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공공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채식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를 따라가 봤다.

처음 먹어본 구운 ‘템페(인도네시아 전통 발효콩)’에서는 감자튀김 맛이 났다. 냄새가 거의 없어 청국장이나 일본의 낫토를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곡물패티버거의 서리태패티는 일반 햄버거의 패티처럼 두툼했다. 고기가 아니라 잘 부서졌지만 기름지지 않아 담백했다. 지난 8월 27일 서울 서촌의 비건 식당 ‘소이로움’에서 맛본 채식 요리들이다.

소이로움은 영어의 콩 ‘소이’에 ‘~답다’는 뜻의 ‘로움’을 붙인 것이다. 전미진 대표(26)는 “콩이나 두부, 두유를 주재료로 저희만의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와 ‘매우(so)’ 이로운 먹거리를 지향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찾은 서울 신촌의 비건 빵집 ‘더 브레드 블루’에서는 ‘흑임자 피낭시에’를 먹어봤다. 빵집 주인 문동진씨는 쌀로 만들어서 ‘쌀낭시에’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비건 빵집답게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다.

문씨는 “계란 대신 병아리콩이나 콩을 이용한 단백질을 활용하고, 우유도 두유로 대체했다”며 “버터의 맛을 그대로 낼 순 없지만 현미유 같은 식물성 기름이나 일부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 낸다 채식 인구가 늘면서 비건 식당과 카페, 빵집 등 맛집을 순례하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체험기를 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자에 속한다.

직장에서 회식 장소를 정할 때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밥과 비빔밥에 들어 있는 다진 고기나 계란 등을 빼달라고 하면 까탈스러운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원가의 상당 부분을 이런 동물성 재료들이 차지하지만 뺀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별말 없이 빼주는 게 감사할 정도다.

채식하기 어려운 환경과 주변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채식인들은 주변에 “나는 채식한다”고 말하는 걸 ‘채밍아웃’이라고 한다. 성소수자임을 공개하는 ‘커밍아웃’처럼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자였던 이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채식이 건강과 환경에 이롭다는 생각에서 비채식주의자들의 호응도 얻고 있다.

녹색당은 공공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학교나 군대, 교도소에서 공공급식을 제공받을 때 채식이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원고로 나설 것이다”라면서 “9월 초 계획을 발표하고 원고 모집에 들어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의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입대를 앞둔 채식주의자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곧 낼 생각이다. 헌법소원과 별개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도 기존 정치권과 연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승수 위원장은 과거 사례를 조사하면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에 주목했다. 당시 진정인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고기류와 생선, 젓갈을 포함한 해물류를 먹지 않고, 유제품도 가급적 피해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가 되려고 한 사람이었다.

당시 인권위는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한 것 외에 달리 보기 어렵다”며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을 지지하는 이들은 양심의 자유 외에도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환경권의 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육식이 맞지 않거나 건강 때문에 육식을 하고 싶지 않은데 육식을 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식량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해 도축되는 소의 수는 2010년과 2억9608만 마리에서 2017년 3억441만 마리로 늘었다. 도축되는 닭의 수는 같은 기간 566억4336만 마리에서 665억6672만 마리로 증가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육식 소비는 공장식 축산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공장식 축산의 확산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월 8일 ‘토지 사용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서구식 음식 섭취가 지구 온난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이나 수송수단의 전환만으로 불충분하고 육식에 초점을 둔 토지 이용의 근본적 전환이 없으면 산업혁명 이후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육류 소비가 지구 환경을 위협할 만큼 과도하다는 경고는 잊지 않았다.

학계의 연구 결과를 봐도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진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농업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6%가 나오는데 그 절반 이상이 동물성 식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 100g의 단백질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비교하면 소고기는 105㎏ 이상인 반면, 두부 3.5㎏ 이하이다.

동물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져온다. 최근 국제사회의 논란이 된 아마존 밀림 벌채로 파괴된 땅의 65%가 소를 키우기 위한 농장과 사료를 얻는 경작지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그레타 손버그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은 채식을 주장하고 있다.

채식인들은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의 취지에 공감했다. 전미진 대표는 “채식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조금 더 양보하자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환경에 민감성을 가진 사회가 되기 위해서도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소 스튜디오 ‘베지따블’을 운영하는 송지현 요리사는 “동물복지와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생각하면 되도록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우유를 반강제적으로 먹이는 것부터 고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채식인들의 선택을 돕도록 제품에 비건 푸드 등의 표시를 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리토나 타코 등을 판매하면서 채식 재료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고기 재료를 올릴 경우 가격을 더 받는 방식을 택하는 유럽처럼 우리의 김밥이나 비빔밥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다.

채식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이의철 사무국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비빔밥, 김밥에만 별도의 채식 옵션을 만들어도 한국은 비건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채식을 ‘기본값’으로” 아직 한국은 무풍지대에 가깝지만 해외에선 채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을 ‘채식주의자의 해’라고 선언했고, 2018년 유럽의 트위터 트렌드에서는 고기와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 섭취를 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거니즘’(Veganism)이 1위를 차지했다. 구글 검색에서도 최근 수년 간 ‘비건’(vegan) 검색이 90% 이상 증가했다.

이런 관심도 증가는 채식인구의 증가와 연결된다. 시장조사기관 ‘컴페어더마켓’에 따르면 영국의 채식 인구는 2016년 전체 인구의 2%에서 2018년 14%로 2년 사이 7배 증가했다.

우유·계란도 먹지 않는 비건 인구도 같은 기간 1%에서 7%로 증가했다. 유럽 전체의 채식인구는 최소 7500만명, 세계 전체로는 1억8000만명(인도 제외)으로 추정된다.

최근 비건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한 것은 과도한 육식이 가져올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의철 사무국장은 “광우병 사태가 있었던 데다 원래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멸종저항’ 운동과 같이 유럽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윔블던 챔피언 노바크 조코비치 등 ‘셀럽’들이 채식주의자라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더 인기를 끈 면도 있다. 채식이 단백질 섭취나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은 이들 운동선수들의 활약으로 옅어지고 있다.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국제적인 흐름도 있다. 포르투갈은 2017년 학교, 대학, 병원, 수감시설 등 공공시설 급식에서 채식 선택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최근 학교 점심 급식에서 채식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채식으로 바꿨다. 고기나 생선을 원할 경우 따로 요청해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도 올해 5월 똑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의철 사무국장은 “기본으로 채식을 제공하는 게 ‘뉴 노멀’이 되고 있다”며 “채식 인구가 인구의 절대다수라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채식을 권장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채식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국내의 채식 인구도 2008년 약 15만명에서 지난해 150만명 정도로 늘었다.

채식주의자임을 밝히길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보다 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한항공에서 채식 기내식을 사전신청하는 비율도 2016년 전체의 0.46%(5만6121개)에서 2017년 0.53%(6만4724개), 2018년 0.55%(7만1283개), 2019년 7월 말까지 0.61%(4만8065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출발 24시간 전(공동 운항편은 출발 48시간 전)에 사전주문할 경우 서양채식, 인도채식, 동양채식, 생야채식 등 채식 기내식을 제공한다. 채식인들은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어 기본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항공사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식단의 질에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국내 일부 단체는 해외처럼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정책적으로 채식을 도입하는 지자체는 광주광역시가 유일하다.

광주시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주요한 수단으로 채식을 들고 있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과 학교, 기업을 비롯한 공공급식소에서 ‘주 1일 채식 실천’을 장려하고 채식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지도 형태로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광주시는 인구 150만 중 40만명이 2030년까지 주 1일 채식운동에 동참할 경우, 연간 1만5724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명당 연간 39.31㎏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준이다.

식물성 대체식품도 대안으로 채식주의 바람이 강해지면서 식물성 성분으로 고기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대체육류’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2017년 42억 달러였던 대체육류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약 7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업체들은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이다. 이들은 버거킹이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식물성 패티와 소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채식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 미트의 8월 초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7배 이상 폭등한 상태다.

채식주의자들은 대체육류가 가축 사육 두수를 줄여 환경적으로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 측면에서도 동물성 패티 등을 흉내내기 위해 첨가제를 넣지만 않는다면 더 낫다고 본다.

비건 치즈와 비건 버터에는 코코넛 오일이 많이 사용된다. 대체육의 재료로는 밀 단백질이나 감자, 버섯, 균사류 단백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콩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콩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는 식품업체 제이영헬스케어의 김주현 상무는 “과거에 ‘퍼석퍼석하다’ ‘스펀지 맛이 난다’는 평을 받았던 콩고기도 이젠 어떤 게 진짜 고기이고 어떤 게 콩고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축산업계는 채식 확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동물성 대체식품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것을 우려한 목장주와 축산업계의 로비스트들은 미국 24개 주에서 비건 음식을 ‘버거’나 ‘스테이크’로 부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두유에 ‘밀크’라는 이름 대신 ‘음료’라는 이름을 쓰거나 ‘비건 버거’도 ‘비건 디스크’ 등의 표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주현 상무는 “서구, 특히 미국의 경우 주식이 밥이 아니라 고기인 데다 그 붐이 워낙 크게 일어서 위기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이 시장이 더 주목받고 커진다면 단체행동이나 로비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