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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30살에 시작한 연기 돈 없어도 행복했어요"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첫 주연 화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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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30살에 시작한 연기 돈 없어도 행복했어요"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첫 주연 화제

모두의유머 2020. 3. 2. 12:16

“남들은 20살에 연기를 시작해도 늦다고 하는데, 전 30살에 시작했어요. 다니던 직장도 관두고요.

대학 때 극회동아리를 했는데, 그때 맛본 연기가 잊혀지질 않더라고요.”

 

배우 강말금이 작게 웃었다. ‘무모한 것 같죠?’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30대에 무작정

연기를 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다.

 

극단에 들어가 바닥부터 쓸며 기본기를 다졌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서 장편

첫 주연을 맡게 되기까지,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대학교 4학년 때 집안이 어려워져서 바로 회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으니

일을 잘할 리 있나요? 하하. 하루하루 사람이 쪼그라드는 시간이었죠. 21살에 마음이 멈춰 있었으니까요.

연기 택한 뒤 어땠냐고요? 돈 없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강말금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뒤늦게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된 이야기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대한 애정, 윤여정과 함께 호흡을 맞춘 순간 등을 맛깔나게 풀어놨다.

 

■강말금, 이름 속에 숨겨진 뜻은?

 

본명은 강수혜다. 배우가 되기로 하곤 ‘말금’이란 이름을 택했다.

 

“시인인 친구가 쓰다가 버린 닉네임이었어요. ‘맑음’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건데, 맑고 건강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누군가는 ‘말금아’라고 부르면 어린 아이를 부르는 기분이 든다고도 하고요. 이름의 좋은

에너지를 저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연기를 택한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한 친구 2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의 선택을 말렸다.

 

기를 쓰고 극단에 들어갔지만 기본기도 ‘0’에 가까웠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었다.

 

“재치, 유머, 융통성 등 배우로서 필요한 자질 중 제가 가진 건 하나도 없었어요. 딱 하나 ‘진정성’만

있었죠. 또 부산 사투리를 고치지 못하고 고스란히 쓰고 있었고, 가진 게 너무 없으니 극단에서도

제게 뭘 맡기질 않더라고요.

 

극단을 나와서 5년을 기본기를 다지는 데에 썼어요. 아르바이트는 필수였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죠.

 

그러면서 단편영화도 찍고 연극워크숍에서 연기도 배웠어요. 그렇게 0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제 30대가 참 좋아요. 우수상 아닌 ‘진보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기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 출연 제안이 왔을 땐 꿈만 같았단다.

 

“김초희 감독이 직접 메일로 캐스팅 제안을 보냈는데, 굉장히 간곡하고 예의있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좋았죠. 게다가 시나리오까지 밝고 건강하더라고요. 이런 영화가 제게 왔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고요.”

 

■“윤여정 선배, 초고수에 의리까지 최고죠”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다. 따뜻하고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윤여정과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단다.

 

“윤여정 선배 댁에 연기를 맞춰보러 갔어요. 너무 떨려 땀까지 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계산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윤여정 선배가 ‘얘, 소리 다 내. 그리고 연기하면서 생각하지마’라고 하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배우론’에서 기본기로 강조되는 얘길 그대로 들은 거라서요. 마스터 클래스를 직접 들은 기분까지 들었어요.

 

더 멋진 건 그 이후 촬영 현장에선 뭐라고 한마디를 하지 않는 거예요. 배우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현장을

이끄는데, ‘진짜 초고수다’ 싶었죠. 의리도 최고고요. 큰 걸 배웠어요.”

 

극 중 10년차 영화PD지만 한순간 설 자리를 잃고 자신을 찾아가는 ‘찬실’을 연기하면서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처지가 비슷했어요. ‘찬실’이가 의리있는 타입이라서 한 명의 감독과만 일을 쭉 해왔지만 열매를 맺진

못했잖아요. 그 감정은, 제가 아는 것들이었어요. 저도 40살에 이 영화를 찍었고 쭉 한 길만 걸어왔으니까요.

 

참, 닮고 싶은 부분도 있어요. 찬실인 그럼에도 남탓을 하지 않는데, 그런 모습이 참 좋아보이더라고요. 징징

거리지도 않고요.”

 

또한 ‘찬실’처럼 내면을 단단히 잘 다져가고 싶다고도 했다.

 

“인간 강말금으로서 잘 살아가고 싶어요. 한때는 외로워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또 부딪히기도 했는데

이젠 저를 정비하는 시간을 더 가져보려고요.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큰 스크린으로 보니 제가 숨기려고 했던 것까지 다 드러나 무섭더라고요. 잘 살지 않으면 나타나겠던데요.

 

하하. 안과 밖을 어떻게 채워나가야할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고민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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